글로벌 기후변화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물가와 경제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며 그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의 뜻과 사례를 살펴보고 그 영향력과 심각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의 뜻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은 기후(Climat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폭우, 폭염, 한파 등의 기후 변화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변동하여 물가가 치솟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 용어는 영국 BBC의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면서 주목받고 있는 신조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및 이상기후가 다양한 곡물과 식품들의 가격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애그플레이션, 슈거플레이션, 밀크플레이션 등이 모두 기후플레이션에 포함됩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은 농업(agriculture) 부문에서의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inflation)으로 이어지는 현상으로 인구증가와 이상기후 현상 등으로 곡물생산이 줄어들면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을 의미합니다.
슈거플레이션(Sugarflation)은 설탕(sugar)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폭염, 가뭄 같은 이상기후로 인해 사탕수수 산지의 작황이 부진해지면서 설탕가격이 급등하고 다양한 식품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설탕은 과자, 빵, 빙과류, 음료수 등 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어 설탕값이 오르면 다양한 제품들의 가격이 광범위하게 인상될 여지가 있습니다.
밀크플레이션(Milkflation)은 우유(Milk)와 물가상승(Inflation)의 합성어로 원유 가격 인상으로 생크림, 버터, 아이스크림 등의 유제품과 커피, 빵 및 과자류 등 우유가 들어가는 가공품들의 가격도 연쇄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피시플레이션(Fishflation)은 수산물을 뜻하는‘fisheries’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수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연간 16㎏을 넘어섰지만, 지구 온난화, 남획 등으로 그 공급량은 10년 전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의 사례
기후플레이션으로 인한 식품들의 가격인상과 그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다양하게 발견되고 있는데, 기후플레이션의 대표적 사례는 2022년 여름 유럽 지역에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하면서 물가가 폭등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유럽 전역에 40도에 이르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사망자만 6만 명 이상이 발생했고, 농작물 생산량에 영향을 미쳐 밀의 국제 가격이 70% 폭등하며 물가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당시 “폭염으로 유럽의 식품 물가가 0.43~0.93%포인트 상승했다”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폭염과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상황도 기후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전세계 곡물 가격의 폭등을 시작으로 그에 따른 식료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이 연이어 오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른 식품 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도 끌어올리며 악순환을 만드는데, 작년 국제 곡물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것이 실제 전체 소비자물가 인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올리브유, 김, 초콜릿 등 소비자들에게 밀접한 영향이 있는 식품들에서 발견되는 가격인상도 기후플레이션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올리브유 제품들의 가격이 일제히 인상됐는데, 대표적인 식품업체들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올리브유 가격을 30%가량 인상했습니다. 올리브유 가격 인상의 원인은 올리브 최대 생산국인 스페인이 최근 2년간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면서 올리브 수확량이 절반으로 떨어져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이외의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의 세계 주요 올리브 생산국들도 상황은 비슷하여 생산량이 감소했으며,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1년 새 40% 이상 인상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에 이어 올리브유를 사용하는 외식업계들도 연이은 메뉴 가격을 인상할 수 있어 전체적인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초콜릿도 기후플레이션의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주요 생산지인 서아프리카에 폭우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국내 초콜릿 제품들의 가격이 일제히 인상되고 있는데, 최근 국내 제과업체들이 생산하는 대중적인 초코과자들의 가격이 평균 12%가량 인상되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초콜릿의 원재료인 코코아의 국제 가격이 급등한 탓”이라고 발표하고 있는데, 실제 전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는 기상이변과 병충해 확산으로 지난해 생산량이 급감하며, 국제시장에서 코코아 선물 가격은 톤당 1만 559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이밖에 우리 국민들에게 친숙한 반찬인 김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상기후로 인한 해수 온도상승으로 전국 김 생산 비중의 77%를 차지하는 전남 지역의 생산량이 11% 감소하며, 조미김·김가루 등 관련 제품 가격이 10~20% 이상 인상되었습니다.
사과 역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았는데, 봄철 이상저온과 여름철 집중호우 등으로 지난해 국내 사과 생산량이 30%가량 감소하면서 사과 가격이 폭등하여, 도매가 상품 10㎏ 기준으로 전년보다 3배 가까이 가격이 올라 '금사과'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기후플레이션은 식품 및 제품가격의 상승부터 국제 무역질서의 불안과 각 산업에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식품 및 제품가격의 상승
기후플레이션은 곡물 등의 생산차질에서 시작하여 각 식품과 제품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2022년 밀의 국제 가격이 70%폭등한 것을 비롯하여 2023년에는 설탕의 국제 가격이 폭등하였고, 2024년에는 코코아와 커피, 올리브유의 국제 가격이 사상 최대의 수준으로 인상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 가공식품들의 가격도 줄줄이 인상되었는데, 우리나라와 같이 식품수입의 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소비자들은 더 큰 물가상승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기후위기로 시작된 환경 문제가 경제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우리의 삶에 큰 부담을 주고 있어, 온 지구가 기후위기에 따른 물가상승과 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 무역질서의 불안정
최근 우리 사회는 전 세계의 경제가 상호 연결되어 있고 영향력을 긴밀하게 주고받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경제적 이슈가 전 세계로 급속하게 확산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후플레이션은 국제 경제와 무역질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주요 농업 생산국의 생산성이 감소하면 농가소득이 줄어들고 농업 전반이 위축될 수 밖에 없는데,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수출감소로 인한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면 국가 간 무역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수급에 불안이 발견되면 식량안보에 위기감을 느낀 국가들이 식품 수출금지로 인해 세계 식량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각 산업에 미치는 영향
농산물의 공급부족과 가격상승은 제조업을 비롯한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농산물과 원자재의 가격인상은 외식업체들에게 비용 상승의 압박으로 이어져 메뉴 구성의 변경이나 가격인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더불어 기후변화로 인한 에너지 문제도 대두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기존보다 2배 이상 인상된 전기요금 때문에 제조업 등 중소상공인의 전기요금 부담으로 인한 원가상승으로 소비, 생산, 투자 등이 모두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서비스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후 변화는 농·축·수산업, 제조업, 음식업, 서비스업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쳐 식량 생산 차질, 노동력 저하, 공급망 붕괴, 생산성 감소, 비용 증가 등 각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의 전망과 대응
기후 위기가 작물도 괴롭히고 식품 물가 상승으로 사람들도 힘들게 하는 기후플레이션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중앙은행(ECB) 보고서는 2035년 기후위기가 세계 식품 물가 상승률을 3.0% 포인트, 전체 소비자물가를 1.0% 포인트 높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기온이 1℃ 상승하면 그때마다 산업화 시기(1850~1900년)보다 기상 이변이 4.8배 이상 발생하며, 이러한 빈도는 1.5℃ 상승할 때 8.6배, 2℃ 상승할 때 13.9배, 4℃ 상승할 때 39.2배로 증가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기후 변화로 인한 기업과 실물경제에도 커다란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어 그 위기의식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기후 위기의 상황에서 기업과 개인의 대응능력이 요구되고 있는데요.
기업들은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을 통해 기후 변화의 리스크를 줄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고, 개인들 역시 생활습관의 개선을 통해 친환경적 실천을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정부나 지자체 역시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다양한 환경적 방안과 제도를 마련해 책임 있는 태도로 환경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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