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의대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여기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내고 의료현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의 결과로 환자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 우려의 목소리가 큰데요. 의대정원 확대와 반발의 이유와 그 배경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의대정원은 몇 명이고 어떻게 정하는가?
이번 의대정원 확대 논란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우리나라 전국 의대의 정원은 몇 명일까? 그리고 의대 정원은 어떻게 정하는 것일까?'라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전국 의대의 정원은 3058명으로 이는 지난 2000년 3507명에서 2006년 3058명으로 감축된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수치입니다.
이번 정부의 발표는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현재 수준보다 2천 명 늘리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2025학년도 전국 40곳 의대 정원이 5058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의대 정원은 어떻게 결정할까요?
통상적으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상호 논의하여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지난 2020년 9월4일 작성한 의정합의문에 근거한 것이라고 합니다.
2020년 당시에도 최근과 유사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및 공공의대 신설 추진 등의 기조가 있었고, 이에 대해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가 반발하면서 파업 등 집단행동에 나서 갈등이 심화된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 상황이 어려워지자 정부는 9월 4일 의협과 합의문을 작성하여 해당 이슈에 대하여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협과 협의한다’,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을 합의한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위 합의에는 어떠한 법적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정책을 해당 이슈의 이해상충 관계에 있는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통해 진행한다는 측면에서 현재까지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한 내용은 정부와 의협 간의 논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법적으로는 의대 총 정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과정이 명시되어 있는데,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의료인 양성과 관련된 대학 정원을 복지부와 교육부가 협의해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복지부가 필요한 전체 정원을 교육부에 알려주면, 교육부가 이를 지역·대학별로 나누는 방식으로, 현행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의사 수급 계획을 다룰 공식 기구로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에 따라 의대 정원의 배분은 교육부·복지부와 의료 전문가가 참여하는 배정위원회를 구성해 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현재 발표된 정부의 방침에 따라 비수도권 의대에 더 많은 인원을 배정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이유와 배경
의대정원 확대는 지난 정권에서부터 논의가 되었던 이슈인데요. 의대정원 확대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정부의 발표내용을 살펴보면 의대정원 확대의 이유와 배경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27년 지체된 의료개혁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발표하며 현재 우리나라 의사 부족 상황과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 해소를 위한 장기적 관점에서의 의대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정책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 수는 OECD국가 중 끝에서 두 번째로 국민 1000명 당 2.6명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수치는 OECD 평균은 1000명 당 3.7명, 프랑스나 영국은 3.2명, 미국은 2.7명 등 인 것에 비해 부족하여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의대 정원은 지난 27년간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한 상황으로, 지금 의대정원의 증가를 결정해도 2031년부터 의사가 배출되어 2035년까지 1만 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더불어 현재는 서울 3.61, 경기 1.80 , 충남 1.54 , 경북 1.41, 전남 1.74 명 등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가 존재하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확대되는 의대정원을 지역에 집중 배정하고 지역인재전형을 60% 이상 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역 졸업생의 65%가 지역에 남는다는 통계를 배경에 두고 있는 듯합니다.
또한 의사들에 대한 보상체계 개선도 이번 정책에 포함되었는데, 건강보험에서 의사에게 지급하는 의료비, 응급실, 소아과 등 필수 분야를 크게 인상하고 기존 체계에서 보상이 어려웠던 의료 난이도, 위험도, 시급성 등도 반영해 노력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원정진료’ 등 국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적시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의료계의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와 배경
위와 같은 배경으로 정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의협을 중심으로 하는 의료계는 문제 해결의 관점이 달라 정부의 발표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의료계의 입장은 의사 부족 문제를 '전체 정원 수'로만 접근하면 안 되고 의사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구조'를 함께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인데요.
우선 기본적으로 정부가 발표한 2000명 증원은 과도한 수치로, 단기간에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과 이후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해 의사 증원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반박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상호 간의 관점의 차이가 큰 상황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의료접근성은 원만한 수준으로, 대형 병원의 '병상 대비 의사 수'가 부족하거나 지역이나 필수의료 영역에 대한 기피현상이 문제의 본질이기에 전체 정원의 증가보다는 해당 문제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정된 의사 수에 비해 대형병원들이 병상을 계속 확장하는 현상이나 고도의 수술영역의 노동에 대한 수가가 비현실적으로 낮은 현상 등이 문제이며, 지역의료·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늘리고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분쟁 부담 문제 또한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대란
2024년 2월 25일 현재 정부의 발표에 반발한 전국 병원의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집단적으로 병원을 이탈하여 전국적인 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20일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5대 병원을 비롯한 전국 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했는데요. 전체 전공의 약 1만 3천 명 가운데 수천 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한 것으로 보여 그 숫자가 상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더불어 각 대학병원 교수들 또한 납득할만한 정부의 조치가 없다면 전공의들과 함께 행동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의사협회 또한 가두행진을 계획하는 등 그 여파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집단행동의 여파로 병원 응급·당직 체계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곳곳에서 환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 응급실의 의료 인력이 부족하여 진료를 거부당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여 치료를 받는 등의 불편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의료대란 대응
정부는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정부는 병원의 환자 진료기능 유지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의료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 의료기관과 군 병원을 총동원하고 비대면 진료도 전면 허용하겠다고 결정한데 이어, 입원 전담 전문의 근무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진료 지원인력 시범 사업을 시작하여 의료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지방의료원, 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 등 공공보건의료기관 97곳을 중심으로 평일 진료 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 진료도 실시하기로 했으며, 국군병원 12곳의 응급실을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또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려 현직복귀를 요청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의사 면허를 정지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공의들이 29일까지 복귀하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는 한편 불법 집단행동의 주동자는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불이행한 전공의는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피해 발생을 방임하는 의료기관 책임자에게도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강경한 대응이나 의대정원 확대를 위한 방법론에는 시민들의 찬반 여론이 갈리기는 하지만, 대체로는 의대정원의 확대라는 대의적인 결정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의료대란의 피해가 국민에게 가지 않도록
전문가들은 의료대란에 따른 비상진료체계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최대 2주 남짓으로 보고 있습니다.
의료진 공백에 따른 한계가 곧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합의가 필요한 상황임에는 분명합니다.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강경한 대립상황이 장기적인 의료대란으로 이어져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해법이 제시되어 발전적인 결과로 매듭지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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