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간소한 상태로 자연과 함께 또 다른 삶의 태도를 소개해 주는데, 소로의 경험들은 오늘날의 우리의 삶과는 꽤나 큰 거리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도서 '도시인의 월든'의 저자 박혜윤은 전작 '숲 속의 자본주의자'를 통해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임금노동을 하지 않으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소개한 만큼 '월든'과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의 해석을 통해 다시 살펴보는 소로의 사상과 자연과 함께 소소하게 살아가는 삶을 배워볼 수 있는 도서 '도시인의 월든'의 리뷰를 정리해 봅니다.
이상한 사람들을 위한 고전
'월든'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의 숲속에서 혼자 살면서 현대사회와 거리를 두고 간소한 생활을 영위하며 자연과 인생을 바라보며 쓴 책으로 1854년에 출간되어 많은 이들의 사상에 영향을 준 책이다.
도서 '도시인의 월든'의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월든'을 이상한 사람들을 위한 고전이라고 소개하는데, 꽤나 공감되는 표현이었다.
지금의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유망한 분야를 선택하여 가장 효율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사회, 전문성을 키워가며 재테크도 하고 SNS를 통해 자기 브랜딩을 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이유로 대단히 합리적이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선택을 하면서 그럭저럭 버티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소로와 같은 사람들은 정반대의 삶을 경험하였고, 그의 모순 가득한 삶의 생각들을 쫓는 이상한 사람들이 전 세계에 남아있는 것이다. 자급자족과 자연 속 고독을 예찬하던 소로는 책 한 권에서도 서로 반대되는 말을 하는가 하면 책에서 주장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 저자는 이런 앞뒤가 맞지 않는 면 때문에 자신이 이 책을 보다 깊이 읽게 되었고 모순까지 삶의 일부로 포용하는 역동을 붙잡았다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주식회사를 구성하는 하나의 자원으로 정해진 시간 동안 노동을 하고 재테크에 목을 매는 우리들의 일상에서는 이상적인 생각으로 느껴지는 일상 이상의 삶의 정수를 쫓는 그런 삶이 소로가 주장했던 삶은 아니었을까?
내 삶의 저자가 돼라
도서 '도시인의 월든'의 저자 박혜윤은 미국 북서부의 작은 마을에서 별다른 노동에 종사하지 않은 채 빵을 굽고 블루베리를 줍는 소박한 삶을 살고 있다. 어찌 보면 월든에서 이야기한 자연과 가까운 삶을 실제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면 그들의 삶이 부럽게 느껴지면서도 나에게는 도저히 그 정도의 용기는 없음을 깨닫고 만다.
저자는 우리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모두 의미가 있고 가치 있다고 이야기하며, 스스로 자신의 삶의 저자가 될 것을 제안한다. 소로도 '월든'에서 독서(Reading)라는 장에서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이어지는 장 소리들(Sounds)에서는 자기 고유의 언어를 찾을 것을 주장한다.
아무리 최고로 엄선된 고전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책에만 묶여 특정한 언어로 쓰인 것들만 읽고 있다면, 우리는 모든 사물과 사건이 은유 없이 표현되는 유일한 언어를 잊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 유일한 언어만이 풍부하고 정확하다. 이 언어로 많은 것들이 표현됐지만, 인쇄된 것은 거의 없다. _ 월든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은유 없이 표현되는 유일한 언어는 바로 자기 자신의 언어인 것이다. 나 스스로의 시각과 생각을 바탕으로 나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주체적 삶을 위해서 그리고 개개인의 행복을 위해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언어가 있을 때 비로소 자유할 수 있으며, 진정한 자유함이란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타인과 환경의 문제에 해결책을 찾지 않고도 문제 가운데에서도 만족과 즐거움을 찾아내며 사는 것이라고 한다.
어디선가 우리의 생이 시지프와 같이 돌덩이를 굴려 올리는 것의 반복일지라도 자신은 트월킹을 추면서 돌덩이를 굴려 올리겠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우리의 삶이 반복적이고 권태롭고 문제 투성이인 일상 속에서도 자신의 시각과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감히 쓸모없어질 용기
소로는 숲에 들어가서 집을 짓고 자연을 벗 삼아 홀로 살겠다고 해놓고는 겨우 2년 조금 넘은 뒤 미련 없이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에 대해 실패라고 평가하지 않고 어떤 변명도 하지 않으며, 숲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나오는 것에도 좋은 이유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저자 역시 미국 시골에서 세상을 거스르며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주변의 많은 평가들이 있었으나 자신은 그 과정이 최선이었다고 말한다. 그러한 과정은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었고 조심조심 길을 밟다 보니 거기에 닿은 것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밑바닥을 들여다볼 용기를 갖추게 되면, 자기 스스로가 그다지 대단한 사람이 아님을, 모순과 한계가 가득한 그저 그런 사람임을 아는 사람들은 스스로가 드러나지 않아도 괜찮은 방법을 찾게 된다. 감히 쓸모없어질 수 있다면 오히려 높은 자존감으로 자기를 지켜낼 힘도 가질 수 있다.
저자는 주변에서 자존감이 높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고 하는데, 사실 자신은 자신이 높아지거나 낮아질 만큼의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가치를 애써 따로 생각해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하는데 자기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이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의 그러한 태도는 삶을 보다 선명하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자존감이 없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죽음을 기억하는 기술
니체의 영원회귀 등 수많은 철학자들이 말한 지혜 중에 죽음을 기억하고 매 순간 충실하게 사는 것을 저자는 집안일을 통해 느낀다고 한다. 뚱딴지같지만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는 것은 집안일의 그 무한함을 절실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집안일을 수행이라고 표현할 만큼 매일 반복되는 그 일을 해내는 것이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저자는 매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란 당장 큰 일이나 중요한 일이 있더라도 무심하고 무덤덤하게 내가 쓴 컵 하나를 냉큼 씻어 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뿐이다. 인생은 그 정도로 하찮다.
집안일이 그 정도로 하찮게 느껴지니 다른 일들도 그다지 대단하지 않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러한 거리감은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실패 하나에 연연하지 않게 되고 쉽게 쓰러지는 법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죽음을 기억하며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간다. 집안일을 반복하면서.
도서 '도시인의 월든'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삶의 태도들이 모두 수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지만, '월든'에서 소로가 이야기한 것과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들은 지금의 우리들의 삶에 큰 지침이 될만한 지혜들임은 틀림이 없다.
오랜만에 즐거운 책을 읽었다. 이제 나의 언어를 써 내려갈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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