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N Learn

[리뷰]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feat. 상실의 시대)

by 일상학습자 2023. 1. 11.
반응형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는 저의 청년기를 관통하던 소설이었기에 민음사에서 원제 '노르웨이의 숲'으로 번역본이 다시 출판된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아가느라 사두었던 책을 통 읽지 못하다가 최근에 다시 '노르웨이의 숲 _ 무라카미하루키, 민음사'를 읽었고 그 서평을 정리해 봅니다. 

 

서른일곱 살, 독일 함부르크 공항 비행기 안에서

'상실의 시대'를 몇 차례 읽었었지만 이야기의 시작이 독일 함부르크 공항에 도착한 보잉 747에 앉아 있는 서른일곱 살 주인공의 모습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잊고 있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30대 후반의 어른이 되었고, 비행기에서 흘러나오는 비틀스의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을 듣고 혼란한 상태로 과거의 상념에 잠기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소설의 주인공 와타나베와 비슷한 나이인 20대 초반이었고, 깊은 상실감과 고독함에 공감하며 그 시절의 시간을 버텨냈었다.

그런 내가 이제는 소설 도입부에서 과거의 기억을 이야기하는 서른일곱의 주인공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어버렸고, 어느 날 문득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이 책을 다시 펼쳐 들고 며칠 만에 읽어 내려갔다.

그 시절의 상실감과 고독함이 반복된 탓일까? 여전히 깊은 공감을 하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비틀스, 빌 에번스, 헨리 멘시니의 음악을 일부러 찾아서 틀어두고 읽기도 하고 괜히 위스키를 한 잔씩 곁들어 읽기도 했다. 그 시절 내가 잃어버린 것들과 끝나지 않는 공허함을 다시 떠올리며 슬프지만 즐겁게, 그 초원에 있다던 우물에 빠진 것처럼 와타나베와 나오코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갔다.

 

도서 '노르웨이의 숲'

스스로를 갉아먹는 뒤틀린 일상들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 등장하는 이들은 저마다 어딘가 왜곡되고 상처받아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사랑을 쫓고 찾아가려 하지만 자기 스스로를 잃어버린 주인공 와타나베와 어린 나이에 목숨을 끊어버린 친구 기즈키, 죽음과 떨어질 수 없이 가까이에서 살아가며 상실감과 우울로 궤도를 잃고 세상에서 멀어지는 나오코,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과 싸우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미도리, 세상에서 툭 끊어져 버린 채 과거의 기억을 반복해 살고 있는 레이코 씨, 대단한 능력을 가졌으나 그보다 더 뒤틀려있는 인간 나가사와, 품격을 갖추었으나 사랑만큼은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손목을 그은 하쓰미, 쿵쾅거리는 이상한 체조를 하며 결벽증을 가진, 매번 어딘가 이상한 돌격대까지. 

모두가 어딘가 비뚤어져 있어 비정상적이고 스스로를 갉아먹는 생을 살아간다. 우리들 모두가 어떠한 부분에서는 대부분 그런 것과 같이.

 

거의 유일했던 친구 기즈키가 마지막으로 자신과 당구를 한 게임치고 난 뒤 차고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난 이후, 와타나베는 힘겹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지하철에서 기즈키의 연인이었던 나오코를 마주치고 둘은 오랜 시간 거리를 걸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어쩌면 둘만이 나눌 수 있는 정서와 감정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 둘은 수많은 시간을 함께 걷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부분 나오코가 두서없는 이야기를 뱉어내고 와타나베는 맞장구를 치면서, 서로를 표현하고 공감해 간다.

 

나오코가 스무살이 되는 생일, 와타나베는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나오코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나오코는 무언가 끊어진 듯 계속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토해내고 와타나베는 그런 그녀의 곁을 지키다 함께 잠자리를 갖는다.

감정의 교감이나 사랑이라기보다는 흔들리며 무너지는 나오코를 붙잡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이 나오코의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었고, 그 이후 그녀는 정서적 치유를 위해 세상과 단절된 교외의 시설에 들어가게 된다.

 

와타나베는 나름의 일상을 다시 살아가지만 모든 것이 혼란스러울 뿐이다.

시간이 지나 시설에 방문하여 나오코와 레이코 씨를 만나고 나오코의 상태에 대해 인지하게 되지만, 나오코를 향한 마음은 점점 커지며 사랑으로 발전하게 된다.

 

와타나베는 책을 읽고 수업에 나가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위스키를 마시고 나오코에게 편지를 쓰면서 상실감과 권태의 사이에서 일상을 버텨낸다.

 

편지로 소식을 주고 받는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나오코를 만나고 그녀와 새로운 시작을 꿈꾸지만, 결국 그녀의 상태가 악화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와타나베를 위해 어렵게 다시 세상에 나온 레이코 씨와 나오코가 좋아하던 비틀스의 노래를 기타로 연주하며 나름의 장례식으로 나오코의 죽음을 위로하고 둘은 다시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기로 한다.

와타나베는 새롭게 관계를 맺고 소중해진 미도리라는 존재를 다시 찾아가려고 하지만 도대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소설은 끝난다.

 

상실의 시대, 그리고 노르웨이의 숲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계속 읽게 되는 흡입력이 있다. 주인공 와타나베와 나오코 사이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와타나베가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기숙사 생활을 하며 겪는 이야기들이나 레이코 씨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 미도리를 만나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이야기 들도 각각 하나의 단편소설처럼 구성되어 즐겁게 읽게 된다.

 

소설에는 죽음과 상실감, 생의 허무와 권태 따위의 감정들이 관통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그 안에서 저마다의 시선과 감각으로 생을 버티고 해쳐나가는 일상들을 보여주며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한 깊은 여운을 남긴다.

 

비틀스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 뿐만아니라 헨리 멘시니의 디어 하트(Dear heart) 등의 노래를 찾아서 듣게 만드는 소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비틀스의 '노르웨이의 숲'을 들으며 존 레논, 폴 매카트니 등과 함께 와타나베와 나오코를 떠올릴 것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