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영광의 시대를 함께 했던 슬램덩크가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로 다시 개봉했습니다. 슬램덩크의 팬으로 놓칠 수 없는 작품이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더빙판을 보고 왔습니다. 아직도 뭉클함과 감동이 남아 있는 듯하네요. 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 더빙판을 아이들과 함께 보고 리뷰를 남겨봅니다.
농구 좋아하세요?
학교 운동장 흙바닥에서 3 on 3 농구게임을 즐기던 그 시절.
3점 슛을 쏘는 이는 모두 '불꽃남자'였고 블로킹을 하는 이는 모두 '파리채'를 들고 있게 만들었던 만화책 '슬램덩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산왕공고와의 마지막 시합 이후 대영고교의 이현수나 명정공업의 김판석 등과의 대결을 기대했던 독자들은 이미 능남의 '유명호'감독이나 해남의 '남진모'감독 또래가 되어버렸고, 그 시절의 열정은 묻어둔 채 오늘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참여한 극장판 슬램덩크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은 슬램덩크의 오랜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고,
두 아이들을 키우며 영화 볼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던 나는 주말 낮시간에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극장을 찾았다.
이건 꼭 봐야 되는 거라며, 그 시절 아빠가 제일 좋아하던 만화라며 포켓몬 카드를 한 봉지씩 사줘 가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극장에 들어갔는데, 놀랍게도 우리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을 군데군데에서 볼 수 있었다.
슬램덩크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는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오프닝에서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펜으로 그려낸 다섯 명의 북산선수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이미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기존 슬램덩크 독자들은 익히 알고 있는 최종전 산왕공고와의 결전을 중심으로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교차로 편집되어 진행되는 구성에서 익숙한 이야기들과 새로운 이야기들이 조화롭게 전달된다.
특히 만화책으로는 볼 수 없는 경기장 전체를 관망하는 시야를 극장 스크린에 펼쳐내고 체육관에서 공이 튀기는 소리와 선수들의 호흡까지 표현해 내는 애니메이션 특유의 효과들이 더욱 몰입감을 높여주었다.
음악과 함께 속도감을 즐기게 만든 연출, 그리고 교차로 편집되어 보여주는 코트 뒤의 캐릭터들의 서사는 빼어났고, 슬램덩크에 익숙하지 않거나 처음 보는 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전달해 주었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도 박수를 치며 북산을 응원했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안 봤으면 후회했을 거라며 즐거워했다.
자막과 더빙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아이들을 위해 더빙버전을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성우들의 더빙도 큰 위화감은 없었고, 전체 화면을 한눈에 보기에는 자막보다는 더빙이 더 효과적이기도 했다.
이왕이면 자막버전으로 한번 더 보고 싶을 만큼 여운이 남았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
수업시간에 몰래 숨겨서 보면서 마이클 조던의 NBA와 함께 학창 시절을 농구에 빠지게 만들었던 그 슬램덩크를 극장에서 다시 만난 이들은 저마다 낡은 농구공을 꺼내 들고 동네 공원으로 나서지 않을까?
NO1. 가드 송태섭
많은 이들이 놀라기도 하고 반기기도 했던 부분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만화책의 주인공 강백호(원작 일본명: 사쿠라기 하나미치)가 아닌 송태섭(원작 일본명: 미야기 료타)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이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떤 스토리에서 주인공의 옆에서 그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 역할의 조연을 '최애 캐릭터'로 삼고 좋아하는 경우가 많았다. '타이의 대모험'에서 마법사 포프가 그랬고, 마이클 조던 곁의 '스코티 피펜'이 그랬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만화책인 슬램덩크에서 누구를 제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송태섭'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슬램덩크의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배경 스토리가 부족한 송태섭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가 슬램덩크 외전으로 그린 피어스(Pierce)를 찾아보기도 했었다.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 역시 '미야기 료타'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이번 작품으로 보여주었고, 단편 피어스(Pierce)와의 연계성을 가져가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들을 입혀 캐릭터와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 냈다.
해안도시(아마도 오키나와)에서 살던 가족의 이야기, 재능 있던 형의 죽음과 그의 등번호 7번을 이어받은 이야기, 해변가에 있던 동굴 아지트, 정대만과의 만남과 싸우고 다시 함께 하는 인연, 오토바이 사고에 굴하지 않고 다시 해변을 달리던 모습,
그리고 매니저 이한나(원작 일본명: 아야코 사사키)가 손바닥에 써준 'NO1. 가드'라는 글자를 바라보며, 승부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송태섭의 활약을 볼 수 있어서 즐거운 작품이었다.
송태섭의 과거 회상 장면들의 스토리가 너무 단편적이고 지루하다는 일부 평가를 보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산왕전과의 긴박한 경기와 교차로 편집된 이야기흐름은 캐릭터들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주면서 한 경기가 아닌 그들의 도전과 성장의 서사를 극장판에 담아내는 매우 훌륭한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왼손은 거들뿐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는 전국대회 32강에서 만난 최강자 산왕공고와의 대결을 메인으로 다루며, 이제는 짤방으로 더 익숙한 명대사와 명장면들이 시합 과정에 이어지면서 재미를 더한다.
슬램덩크의 팬으로서 산왕전이 당연히 가장 임팩트 있는 경기인 것은 맞지만, 극장판으로 담아내는 과정에서 도대표 결정전과 전국대회까지의 과정이 생략된 부분은 조금 아쉽기도 하다. 능남, 해남, 상양, 풍전 등의 상대와의 대결과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강백호를 볼 수는 없다. 북산의 다섯 선수들 뿐만 아니라 윤대협부터 홍익현까지 모든 캐릭터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기에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과감한 생략과 연출 덕에 이번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하나의 작품 스스로 완결성을 갖출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전반전 신현필과 강백호의 대결이나 변덕규의 가자미, 서태웅의 도전과 각성 등의 묘사는 크게 생략된 부분아 많지만, 산왕과의 대결은 우리가 알고 있던 흐름대로 진행된다.
강백호의 리바운드로 시작되는 4점짜리 플레이,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정대만의 3점 슛, 채치수의 포효와 성장, 정우성과의 대결에서 미소를 짓고 다시 도전하는 서태웅, 그리고 산왕의 존 프레스를 뚫어내는 돌격과 흐름을 만들고 게임을 리드하는 송태섭의 활약이 묘사된다. 결국 마지막 등 부상에도 불구하고 '왼손은 거들뿐'이라고 중얼거리는 강백호의 점프슛이 성공하고 서태웅과 강백호는 하이파이브를 하고 북산은 승리를 하게 된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아래는 스킵하시는 것을 추천. 알고 가면 손해인 스포 포함)
10-FEET의 OST 제ZERO감(원제: 第ゼロ感)에 맞춰 산왕의 존프레스를 뚫어내는 송태섭의 드리블 돌파와 마지막 강백호의 점프슛까지의 무음의 전개는 압권이었다. 극장 안의 모두가 그 순간은 침도 삼키지 않았고, 만화책에서도 아무런 대사 없이 전개되는 클라이맥스는 그렇게 애니메이션에서 더욱 환상적으로 연출되었다.
미국에서 정우성과 마주하는 장면은 조금 생경하게 느껴졌는데, 찾아보니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후원하는 농구장학생 제도와 연결되는 장면일 것이라는 해석이 있어서 그것도 그것대로 좋겠다고 만족해 버렸다.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송태섭은 형의 죽음에 대한 기억과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자책과 회한에 빠져 살면서도 농구공은 놓지 못한다.
그리고 농구 유망주였던 형의 등번호 7번을 이어받아 해변을 뛰며 체력을 기르고 끝없이 드리블 연습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정대만과의 우연한 만남은 죽은 형을 떠올리게 했으나 그 만남은 싸움으로 번지고, 결과적으로 팔을 올릴 힘도 없는 정대만에게 패스를 돌리는 장면으로 이어지며 그들의 인연을 발전시킨다.
형의 상상 속의 상대였던 최고의 상대 산왕공고의 이명헌을 만나 주눅 들고 당황하지만, 끝내 돌격대장의 면모를 보이며 게임의 흐름을 가져오는 데 성공한다.
조금은 고독하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경기 중에 소리치라고 채치수에게 잔소리를 듣기도 하고 서태웅과는 전국대회에 와서야 말을 트는 모습을 보이지만, 경기의 마지막 분수령에서 팀을 불러 모아 작전을 지시하고 파이팅을 선창 하는 넘버 원 가드로 성장한다.
결국 산왕과의 대결에서 승리하고, 미국으로 진출하는 성과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는 그 시절 송태섭, 정대만, 채치수, 서태웅, 강백호 들이 도전하고 분투하며 성장하는 과정이자, 그 도전이 일상의 우리에게 이어지는 감동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드리블과 돌파, 스크린과 3점 슛, 리바운드와 덩크슛은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지금을 다시 영광의 시대로 만들라고 함께 돌파해가자고 부추기며 던져주는 패스로 느껴지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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