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과 환경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채식위주의 식단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농업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들이 대두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분자농업(Molecular Farming)입니다. 분자농업이 무엇인지, 어떻게 활용되는지, 전망은 어떤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분자농업(Molecular Farming)이란?
분자농업(Molecular Farming)의 뜻과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분자농업(Molecular Farming)이란 유전공학적 기술을 통해 작물에서 유용한 고부가의 물질을 대량으로 재배하여 수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혈청단백질, 성장인자, 항체, 백신, 호르몬 등 상업적 가치가 있는 다양한 고부가 물질을 생산하는 기술로, 식물을 고부가가치 물질의 생산공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농업의 경우 작물 자체를 재배하는 반면 분자농업은 특정물질 재배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이 식물 자체의 생산성 및 기능성을 높였다면, 분자농업은 식물을 이용해 다른 물질을 생산하는 개념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분자농업은 유전공학기술을 이용하여 새로운 유전형질을 도입하여 고부가가치의 유용단백질 생산, 고부가 대사산물 획득, 유용한 오일 등을 생산하는 기술로 Plant Molecular Farming 이라고도 칭합니다.
농작물 생산성 향상, 질병 및 해충에 대한 내성 향상, 새롭고 보다 효율적인 농업 관행 개발을 위해 분자생물학 기술과 기술을 농업 분야에 적용하는 과정 및 분자 수준에서 식물과 농업 유기체의 유전 물질(DNA 및 RNA)을 조작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채식(Vegetarian diet)과 분자농업(Molecular Farming)
건강, 종교, 동물권, 환경 보호 등의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육류가 아닌 채식을 중심으로 하는 식습관을 채식(Vegetarian diet)이라고 합니다. 채식의 범주는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이들부터 그 일부를 피하고 식물성 식품 중심의 식생활을 유지하는 이들까지 다양합니다.
채식에서 피하는 동물성 식품에는 고기, 생선, 달걀, 우유 등이 포함되는데, 이러한 식재료를 식물성으로 대체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그 시장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대체육은 말 그대로 고기를 대체하는 식품을 의미하는데, 축산 고기가 탄소 배출로 인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점과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고기를 대신하는 단백질 식품인 대체육은 식물육과 배양육으로 크게 분류되는데, 식물육은 '콩고기'와 같이 식물성 단백질을 추출해 고기맛이 나도록 만든 식품이며, 배양육은 육류의 세포를 배양해 고기처럼 만든 식품을 말합니다.
식물육은 생산은 용이하지만 그 맛이 고기와는 차이가 있어 맛을 내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고, 배양육은 실제 고기와 같은 성분으로 비슷한 맛을 낼 수 있으나 제조 과정과 비용적인 측면의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얼마 전 영국의 분자농업기업 물렉(Moolec)이 유전공학 기법을 이용해 식물육과 배양육의 단점을 보완하는 유전자 변형(GMO) 콩인 ‘피기 수이(Piggy Sooy)’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돼지 유전자와 대두 유전자가 결합된 '피기 수이'는 겉은 일반 대두와 똑같지만 콩을 자르면 돼지고기 색깔과 비슷한 분홍색을 띠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콩 속 단백질 가운데 26.6%가 돼지고기 단백질이라고 합니다. 콩의 안쪽이 분홍색인 것은 돼지 유전자가 고기에서 붉은색을 띄게 하는 물질인 미오글로빈과 같은 철 함유 분자를 가진 단백질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렉은 분자농업 기술을 사용해 대체단백질의 가격을 기존 동물성 단백질과 동등한 가격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며, 분자농업 기술이 “식물성 대체육 및 배양육 등 다른 대체육 제조 방식보다 최소 10배는 더 비용효율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분자농업이 식물성 대체육과 배양육의 단점을 모두 극복할 수 있단 점을 강조합니다. 식물성 대체육은 만들기 쉬우나 실제 고기맛을 내는데 어렵습니다. 반면 배양육은 맛은 고기와 똑같으나, 제조 과정이 까다롭고 생산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물렉은 피기 수이가 배양육보다 비용과 에너지를 덜 투입하면서도 고기와 비슷한 맛과 질감 그리고 영양분을 제공할 수 있으며 생산량을 쉽게 늘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합니다.
피기 수이의 사례와 같이 최근 성장하는 채식 시장에 분자농업이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분자농업(Molecular Farming)의 장점과 한계
분자농업은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밀 화학제품 및 단백질류의 생산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종류의 석유화학공업, 미생물 발효시스템이나 동물 세포배양 등에 비해 더 효과적이고 경제성이 높아 분자농업이 약품 생산비용을 크게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식량생산이 목적이 아닌 의약품 생산을 목적으로 보면, 한정된 좁은 면적에서도 손쉽게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 고부가가치의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분자농업은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아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나 프리온과 같은 단백질의 오염 위험도가 적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더불어 식물 내에서 생산된 단백질은 인체에서 수용도가 높기 때문에 식물에서 약품을 추출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섭취해도 되는 경우도 있으며, 이러한 식품들이 현재 임상실험단계에 있다고 합니다.
분자농업은 공기 중의 탄소원과 태양에너지를 근원적인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여 생산단가가 절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식물체는 무한정 존재하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사용하여 대사과정을 거쳐 단백질 및 복잡한 유기화합물을 무한대로 합성해 낼 수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동물세포를 이용한 의약품생산 방식에 비해 현저한 경제성을 가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분자농업이 만능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한계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용화 과정에서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분자농업을 통하여 식물에서 동물 단백질을 발현시킬 때,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중 하나는 단백질의 당쇄화(glycosylation) 등 단백질 합성 후의 가공 과정(post- translational modification)이 정확하게 구성되고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입니다.
더불어 분자농업에 의해 만들어진 제 2 세대 GM 작물들도 안정성 및 환경영향평가를 극복해야 하는 문제점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최근 제초제 저항성 콩, 내충성 옥수수 등의 GMO 작물에 의한 식량 생산에 대해 안전성과 이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면서, 분자농업 또한 이 연장선상에서 여러 가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식물에 포함된 약품이 건강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생리적 변화를 유발할 지도 모른다는 주장 등 그 안정성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많은 규제와 제약이 따르겠지만 분자농업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며, 보다 안전한 고발현시스템과 대사공학적 경로를 조절기능을 갖춘 작물자체가 미래의 정밀화학산업과 신 바이오산업의 발전방향과 연관되어 매우 중요한 기술의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분자농업의 전망과 응용분야
분자 농업의 응용 분야는 다양합니다.
1) 농작물의 유전자 변형
유전 공학 기술은 해충, 질병 또는 환경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과 같은 바람직한 특성을 부여하기 위해 식물에 특정 유전자를 도입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2) 작물 개선
분자 번식과 마커 지원 선택을 통해 과학자들은 바람직한 특성(예: 수확량, 영양 함량, 가뭄 내성)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를 식별하고 선택적으로 식물을 번식시켜 전통적인 번식 방법보다 그러한 특성을 더 효율적으로 향상할 수 있습니다.
3) 질병 저항성 향상
분자 농업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그리고 곰팡이에 의해 야기되는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향상된 식물을 만드는 것을 도울 수 있습니다. 이것은 화학 살충제의 필요성을 줄여 더 지속 가능하고 환경 친화적인 농업으로 이어집니다.
4) 생명공학과 바이오파밍
분자 농업은 바이오파밍으로 알려진 식물에서 귀중한 의약품, 백신, 산업 화합물을 생산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식물은 이러한 물질을 더 큰 규모로 생산하기 위한 생물반응기 역할을 하도록 유전적으로 변형될 수 있습니다.
5) 영양 강화
분자 기술은 농작물의 영양적 가치를 증가시키고, 필수 비타민, 미네랄, 그리고 음식의 원천에 있는 다른 영양소의 함량을 향상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습니다.
6) 제초제 및 해충 관리
분자 방법은 특정 제초제에 내성이 있는 작물을 개발하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이는 보다 표적적이고 효과적인 잡초 방제를 가능하게 합니다. 게다가, 농작물은 해충을 억제하는 물질을 생산하도록 설계되어 화학 살충제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7) 지속 가능한 농업
농작물 수확량을 늘리고 스트레스 저항성을 개선함으로써 분자 농업은 지속 가능한 농업 관행에 기여하여 농지를 확장하고 천연 자원을 보존할 필요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분자농업의 전망은 전반적으로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의약품 시장규모는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분자농업은 팽창하는 의약품 시장에서 매우 유망한 산업분야로 자리매김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분자농업은 향후 10년 내에 500억불 이상의 가치를 지닌 시장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농업산업에서의 기술 변화는 우리의 삶과 연관되어 빠르게 발전될 것입니다. 향후 미래 인류는 약품을 제조하기 위해 화학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수와 매연을 관리하는 것보다 손쉽게 GMO 작물을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기술적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인류의 미래 환경을 더욱 안전하고 깨끗하게 유지시켜 줄 수 있음을 주지하고, 이에 대한 기술발전의 방향을 설정하고 발전시켜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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