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Z세대 문해력 논란, 코로나로 인한 원격수업 이후 청소년들의 문해력 문제 등 우리 국민들의 문해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문해력의 뜻과 의미를 살펴보고 문해력 저하 현상이 이슈가 되는 배경과 대응방안에 대하여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문해력의 뜻과 의미
문해력(리터러시, literacy)은 일반적으로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일, 또는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사용됩니다.
유네스코는 문해력을 '다양한 내용에 대한 글을 이해·해석·창작할 수 있는 힘'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문해력이란 표현은 시대에 따라 다르게 사용되었는데, 문해력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literatus’에서 파생되었습니다.
고대에는 ‘문학에 조예가 있는 학식 있는 사람’으로 사용되었고, 중세 시대에는 ‘라틴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으로, 그리고 종교 개혁 이후에는 ‘자신의 모국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되고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문해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문자 언어의 사용 능력, 즉 모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여기서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란 자소를 음소로, 음소를 자소로 바꾸는 최소한의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읽기와 쓰기의 활용에 대한 심적 경향이나 사고방식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며, 문자 언어로 된 메시지를 단순히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자율적으로 메시지를 생성해 내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출처: 국어교육학 사전(서울대학교 국어교육연구소, 1999)
정리해 보면 한 사회를 살아가면서 모국어를 읽고 쓰면서 능동적이고 자율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단지 글을 읽고 쓰는 것을 넘어 맥락적으로 사고하고 타인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의 대두
최근에는 문해력이 언어적인 영역을 넘어 디지털 미디어에도 적용되고 있는데,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Digital media literacy)이란 '디지털 환경과 미디어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여 정보의 진위를 분별하고, 이를 통해 합리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최근 디지털 환경이 확산되면서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미디어 플랫폼 확장 및 의존도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문해력 개념을 디지털 미디어 영역으로 까지 확장하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다양한 형식의 문자나 시각적 정보를 통해 정보가 소통되고 있으며 이러한 정보들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입니다. 정보 파악을 할 때 정확하게 내용을 파악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하거나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해결 역량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을 위해서는 일단 가정에서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사용에 대한 규칙을 마련하여 시간제한을 두고 아이들이 어떤 콘텐츠를 시청하는지 부모님들이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적절하지 않은 콘텐츠를 시청한다면 제한을 두고 아이들이 시청하는 콘텐츠나 게임에 대하여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온 가족이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 다 같이 대화를 하거나 함께 활동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청소년 문해력 저하 현황
지난 2021년 OECD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1세기 독자: 디지털 세상에서의 문해력 개발' 보고서에서 회원국들의 만 15세 학생들의 수준을 공개했는데, 우리나라는 멕시코·브라질 등과 함께 최하위 집단으로 분류되어 충격을 주었습니다. 반면 덴마크·캐나다·일본·네덜란드·영국 학생들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한국 학생들의 디지털 정보에 대한 사실과 의견 식별률도 최하위(25.6%)를 기록했는데, OECD 회원국 학생의 평균 식별률은 47%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문해력과 디지털 정보 해석력이 저하되는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이 지속되면서 청소년들이 교사, 친구들과 단절된 채 영상 미디어에 익숙해진 상황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으로 수업하면서 아이들이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는 빈도가 줄어들었고, 사회 이슈나 기사 등을 미디어에서 타인이 해석해 주는 영상을 통해 접하다 보니 직접 글을 읽고 어떤 내용인지 해석하는 걸 어려워하는 상황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닌데, 유네스코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휴교로 인해 1억 명 이상의 어린이가 '최소 읽기 능력'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학교가 평균 25주 동안 부분 또는 전면 폐쇄됐으며, 특히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 중앙 아시아·남부 아시아에서 심각한 학습 손실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문해력이 저조한 어린이는 코로나 이전 4억6천만명에서 2020년 5억 8천400만 명으로 급증하여 어린이 문해력 교육 수준을 20년 후퇴시켰다고 유네스코는 발표했습니다.
문해력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3년 발표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16~65세 대상)에서 문해력과 좋은 일자리 사이에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가장 높은 수준의 문해력을 갖춘 사람들이 최하위 수준에 비해 평균 시급은 60% 이상, 취업 가능성은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문해력이 높을수록 더 건강하고, 신뢰도가 높았으며, 정치에 관심이 많고 자원봉사 등 지역사회 활동에 더 자주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문해력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문해력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조치와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대별 문해력 논란
얼마 전 영화 '기생충'에 대한 이동진 평론가의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도 처연한 계급 우화"라는 평론에 대하여 너무 어렵고 현학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또한 '사흘'이 3일인지 4일인지 몰라서 혼란을 빚거나 '심심한 사과', '무운' 등 공식적인 어휘들에 대하여 대중적인 이해가 부족하여 논란이 되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MZ세대의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세대를 구분하여 비판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세대별 문해력 논란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문해력 저하, MZ세대들의 문해력 부족 등에 대한 인식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가장 큰 것은 세대간 디지털 정보 활용의 차이에서 발생합니다.
최근에는 노인들도 인터넷에서 각종 정보를 찾아보는 시대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청소년들이나 MZ세대 청년들은 그 활용범위나 정도가 다른 것이 사실입니다. 기성세대들이 정보를 책이나 신문, 뉴스 등의 글이나 언어로 주로 획득했다면, 이들은 영상이나 이미지가 기본인 디지털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책을 읽지 않아서, 영상이나 이미지 등의 시각정보 만을 쫓기 때문에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인데, 이는 활용하는 매체와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문해력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주장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2020년 10월 12일부터 2021년 1월 29일까지 110일간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1만 429명을 대상으로 문해력 조사를 실시하였는데, 20대의 95.3%가 수준 4 이상의 그룹에 들며 전체 국민 연령대 가운데 가장 뛰어난 수준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 조사에서는 문해력 수준을 1부터 4로 나누어 '일상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문해력을 갖춘 중학 학력 이상'을 가장 높은 수준 4로 규정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MZ세대 문해력 논란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문해력 향상을 위하여 디지털 미디어보다 책을 읽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 성인들은 얼마나 책을 읽고 있을까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아래 링크 참조)에 따르면 일반도서를 연간 한 권 이상 읽은 우리나라의 성인 비율은 47.5%로 성인 인구의 절반이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엄청난 양의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기에 이 비율은 계속 낮아질 거라 예상되며, 전문가들은 정보 편향, 시민의식 결여, 민주주의에 악영향 등이 책 읽지 않는 사회의 문제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문해력 논란 대응
이와 같은 문해력 저하 및 논란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기본적으로 책과 시각 매체 간의 사고력 차이는 말과 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데, 글은 말과 달리 사회·문화적인 훈련으로만 습득되는 인지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류는 책을 통해 각자의 머릿속에 간직했던 고유한 경험을 타자와 공유해 왔으며, 책이 보급됨으로써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졌고, 인류 전체의 지식 총량도 늘어났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책을 읽는 독서 능력은 문해력을 향상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영상 또한 책과 마찬가지로 수준 높은 영상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인류가 쌓아온 지식이 주로 글로 된 텍스트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에 수준 높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러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책을 효과적으로 읽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때,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말고 주제를 파악하고 인과관계를 해석해 가며 과학적 독서법을 따라 텍스트를 읽는 훈련을 한다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문해력은 개인들만의 과제는 아닙니다. 경제적 형편이 문해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일반적이며, 부모의 낮은 소득, 과도한 부모의 학습 압력, 아동기 때부터 형성된 잘못된 독서 습관 등은 문해력 문제를 일으키며 사회적으로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문해력이 낮은 아이들에게 성장기에 더 풍부한 학습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세대 간의 문해력 논란에 대해서도 기성세대가 요즘 젊은 이들의 줄임말이나 자주 사용하는 언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등을 모르는 것처럼 청년들이 기존의 한자문화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지 서로의 문해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 각 세대들이 사용하는 언어나 맥락을 이해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문해력 향상의 기초는 자기 스스로의 시각으로 대상과 상황을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일 것입니다. 모든 의견들을 소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전체 맥락을 살펴보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책, 이미지, 영상 등 매체를 떠나 그것을 보는 자기 자신의 시각과 관점이 중요할 것입니다.
참고할만한 내용으로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과거 포스팅을 함께 공유드립니다.
2021.07.01 - [트렌드, 인사이트] -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뜻과 의미
'트렌드, 인사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자농업(Molecular Farming) (1) | 2023.07.29 |
---|---|
일하는 80대, 옥토제너리언(Octogenarian)이란? (0) | 2023.07.24 |
기후 금융(Climate finance)의 개념과 친환경 에너지 투자 (0) | 2023.02.14 |
노인 무임승차 나이 상향과 노인 연령 기준 조정 (0) | 2023.02.10 |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란? 펀딩 사이트는? (0) | 2023.02.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