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회적 변화가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용어들이 등장하고 활용되는데요.
최근에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여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의 뜻과 의미, 그 배경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의 뜻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양이 줄어들다, 축소하다는 뜻을 가진 ‘슈링크(shrink)’라는 단어와 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입니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피파 맘그렌(Pippa Malmgren)이 2015년경 음료회사들이 제품 가격을 그대로 두면서 음료 캔 크기를 줄여 교묘하게 가격 인상효과를 내는 것을 꼬집어 표현한 것에서 파생되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제품의 가격을 유지하면서 제품의 크기나 양을 줄이는 관행을 의미하며, 제조업체의 입장에서는 제품의 가격을 높이는 대신 제품의 크기나 내용물을 축소하여 생산비용 상승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미묘한 변화를 소비자들이 즉시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어 일종의 꼼수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비슷한 표현으로 패키지 다운사이징(Package Downsizing)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의 사례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식품 산업에서 특히 많이 발견되며, 특히 포장 제품에서 대표적인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g이었던 초콜릿 바의 경우, 크기가 90g으로 줄어들면서 가격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약간 증가할 수 있습니다. 적은 양에도 불구하고 포장은 비슷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보기에는 언뜻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제조업체는 가격을 명시적으로 상승하지 않고도 이윤을 유지하거나 생산 비용의 증가를 상쇄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빈번하게 발견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식당에서 삼겹살을 주문할 때를 생각해 보면 쉽습니다. 예전에는 삼겹살 1인분이라고 하면 200g을 생각하고 주문을 했었는데요, 요즘에는 그 기준이 상당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어느 식당에서는 180g, 어떤 곳에서는 120g까지 다양한데요. 그 용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식품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냉동 핫도그가 기존에는 5개 들어있던 것이 4개로 줄어든다거나 호빵같이 여러 개가 포장되어 있는 빵종류도 은근슬쩍 개수가 줄어드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감자칩 포장지를 열어보면 질소만 가득하다는 의견도 많고요.
맥주도 375ml 용량이 370ml로 5ml씩 줄어들기도 하고, 핫바도 280g에서 230g으로 줄어드는 등 포장은 그대로이지만 중량이 줄어들어 소비자들이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의 등장배경
기업들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을 선택하게 되기 때문에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등장하는 배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시장경쟁에 대한 대응
기업들은 시장에서 다양한 유사 제품들과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을 사용하게 됩니다. 가격인상은 소비자의 저항이나 매출 감소로 이어져 시장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판단 대신 가격경쟁력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이죠. 이를 통해 시장의 경제적 변화 속에서도 경쟁업체들에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가격 포지셔닝을 유지하여 고객들이 다른 대안을 찾아 떠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2. 비용상승에 대한 대응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 등에 의해 비용의 증가라는 도전을 받게 되는데, 이러한 비용증가는 생산원가의 증가로 이어져 수익과 이윤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 기업은 가격을 높이거나 대체할 수 있는 원자재를 찾아 비용 절감방안을 찾는 것이 일반적인데,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생산 비용 상승에 대하여 명시적인 가격 인상 없이 이익률을 보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기업의 입장에서 수익성과 주주 가치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가 됩니다.
3. 소비자 저항 감소
기업들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을 선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소비자의 저항을 감소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기업이 제품의 크기나 양을 줄임으로써 소비자들이 가치 인식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입니다. 가격 인상에 비해 제품의 크기나 수량을 줄이면 소비자의 저항이 적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 않고 비용 증가를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미묘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기업들의 물가상승과 원가상승, 인플레이션 등의 경제적 영향을 관리하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에 대한 정부의 대응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정직한 경쟁이 아니라 소비자를 기만하는 꼼수판매 행위라고 지적하며 이를 개선하고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2023년 11월, 담당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슈링크플레이션 규제 방안 등 대책 발표를 위한 사전 미팅을 진행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하였다고 밝혔습니다.
그 주요 골자는 용량이나 성분 등 제품의 중요 사항을 변경할 때 기업이 이를 알리지 않으면 ‘사업자 부당행위’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하여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주요 제품의 용량·규격·성분 등이 변경되면 포장지나 제조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를 알리는 것이 의무화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500만 원, 반복적으로 위반할 경우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를 징수해야 합니다. 과태료 금액은 많지 않지만 ‘소비자를 속인 기업’이라는 낙인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시장 경쟁력을 위해 해당 방안을 잘 따를 것으로 본 것입니다.
이와 함께 대형 마트 등의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시행 중인 단위가격 표시 대상 품목도 현행 84개에서 더 늘리고, 주요 온라인 매장에서도 단위가격을 표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감시 체계도 보강하여 소비자원에 가격조사전담팀을 신설하여, 참가격 모니터링 대상을 현재 128개 품목(336개 상품)에서 158개 품목(500여 개 상품)으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더불어 유통업체들과 자율적인 협약을 맺어 1만여 가지의 상품에 대한 용량 정보를 취합하여 용량 변경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한다고 합니다.
소비자원은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73개 품목, 209개 가공식품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참가격’ 사이트에서 가격 변동 정보 외에 중량 변동 정보까지 공개할 수 있도록 개편하고 신고센터를 설치하여 제보를 받는 등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기업에게는 실용적인 비즈니스 전략이 될 수 있지만, 이를 잘 못 사용하는 경우 오히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기업은 투명성을 유지하고 신뢰를 줄 수 있는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고객들에게 전달해야 하며, 특히 최근에는 기업의 윤리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기적으로 소비자가 기업에게 속았다고 생각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윤리성에 대한 공격을 받아 고객의 신뢰를 잃고 상품의 가치와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합리적이고 납득이 가능한 수준의 가격정책이나 원가관리 정책을 펼쳐 장기적으로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펼쳐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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